경의선숲길 신수동 구간은 특별할 것 없는 길이다. 잔디밭이 있고, 나무가 있고, 비둘기가 땅을 쪼고 있고, 그 너머로 회색 빌라와 아파트가 늘어서 있다.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천천히 지나가고, 나는 별생각 없이 그 옆을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노란 간판이 하나 튀어나온다. BORED. 그 옆에 붓글씨 같은 흘림체로 Burger, 위에 작게 American Style. 아래에는 BORED&HUNGRY ORIGINAL SMASHED BURGER라고 적혀 있다. 건물 2층 벽면은 온통 벽화다. 파란 물결과 분홍 벽돌 무늬 사이에 선글라스 낀 얼굴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서, 숲길 쪽에서 보면 가게보다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두 번 갔다. 처음엔 산책하다 그냥 궁금해서, 두 번째는 첫 번째가 괜찮아서.
일단 크기에서 밀린다
받아 들면 먼저 압도당한다. 높이가 그냥 높다. 한입에 물려고 입을 벌리다가 각도를 다시 잡게 되는, 그런 두께다. 요즘 흔한 얇고 단정한 버거를 생각하고 갔다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메뉴는 크게 새우와 소고기로 나뉜다.
새우 쪽이 의외였다. 흔히 새우버거 하면 잘게 간 살을 반죽해 튀겨낸 납작한 패티를 떠올리는데, 여기는 살점이 그대로 살아 있다. 씹으면 새우 결이 느껴진다. 패티 두께를 보고 잠깐 멈칫했을 정도다.
소고기는 스매시 방식이다. 철판에 반죽을 눌러 굽는 그 방식인데, 가장자리가 눌려 노릇하게 지져지면서 고소한 맛이 진하게 붙는다. 육즙도 안에 잘 잡혀 있다. 간판에 SMASHED BURGER라고 써 붙일 만하다.
기름은 각오해야 한다
솔직히 짚고 갈 부분이 있다. 기름지다. 이게 미국식 버거의 맛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손에 기름이 배고, 종이가 젖고, 다 먹고 나면 배가 꽤 든든하다 못해 묵직하다. 담백한 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값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맥도날드는 물론이고 쉐이크쉑보다도 조금 위다. 자주 들르는 동네 밥집으로 삼기엔 부담이 있고, 걷고 나서 제대로 한 끼 먹자 싶은 날에 어울린다.
걷다가 배가 고파졌다면
경의선숲길은 어디로 걸어도 비슷한 풍경이 이어지는 길이라, 중간에 목적지 하나쯤 두면 걷는 맛이 달라진다. 신수동 쪽으로 내려왔는데 배가 고프다면 저 노란 간판 한 번쯤 눌러볼 만하다.
다만 먹고 나서 다시 걸을 생각이라면 순서를 바꾸는 편이 낫다. 그 버거를 먹고 나서는 한동안 천천히 걷게 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