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에 살거나 이 동네에서 일하다 보면 은근히 아쉬운 게 하나 있다. 파스타 먹을 데가 마땅치 않다는 거다. 국밥집, 치킨집, 고깃집은 골목마다 있는데 “오늘은 파스타나 먹을까” 싶은 날엔 막상 떠오르는 가게가 없다. 결국 홍대나 공덕 쪽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그러다 경의선 숲길을 걷던 길에 처음 보는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은 HEOD. 최근에 문을 연 곳이다.
밤에 더 눈에 띄는 노란 문

어두워진 뒤에 지나가면 이 집은 놓치기가 어렵다. 연두색 간판 아래로 샛노란 문이 있고, 문과 창틀을 따라 전구 줄이 촘촘하게 감겨 있다. 군데군데 빨간 오너먼트까지 달려 있어서 벌써 연말 분위기가 난다. 문에 붙은 “Hi It’s HEOD” 팻말이 인사하듯 손님을 맞는다.
가게 앞에는 하얀 접이식 의자 몇 개와 꽃 화분이 놓여 있다. 길가 쪽으로 화단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그 너머가 바로 경의선 숲길이다. 산책하다 쓱 들어가기 좋은 자리다.
먹어 보니, 괜찮다
솔직히 처음엔 큰 기대를 안 했다. 동네에 새로 생긴 가게는 겉만 예쁘고 맛은 평범한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먹어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화려하게 놀랄 맛이라기보다는, 이 동네에서 파스타가 당길 때 고민 없이 갈 수 있는 곳이 하나 생겼다는 느낌에 가깝다.
값도 적당한 편이다. 분위기 좋은 파스타집이라고 하면 계산할 때 살짝 움찔하게 되는데, 여기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부담 없이 한 끼 먹고 나오기 괜찮은 수준이다.
탁 트인 실내, 북적이는 분위기

간판에는 “Brunch, Pasta, Coffee"라고 적혀 있다. 입구 옆 입간판을 보니 브런치 메뉴를 하루 종일 판다고 한다. 점심이든 늦은 오후든 시간 신경 안 쓰고 들르면 된다.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개방감이다. 앞면이 거의 통유리라서 밖에서도 안이 훤히 보이고, 안에 앉아 있어도 답답한 느낌이 없다. 좁은 가게에 테이블을 빽빽하게 넣어 둔 식당에 갈 때면 늘 어깨가 움츠러드는데, 여기는 시선이 바깥 숲길까지 쭉 트여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손님도 꽤 많다. 생긴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동네 사람들한테 알려진 모양이다. 조용한 식당을 찾는 사람한텐 조금 시끌벅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사람 소리가 적당히 섞인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좋았다. 텅 빈 가게에서 먹는 것보다 밥맛이 난다.
찾아가는 길
위치는 어렵지 않다. 경의선 숲길 바로 옆이고, 서강대 남문에서 가깝다. 바른치킨 바로 옆이니 그 간판만 찾으면 된다. 같은 건물 3층에는 POCO라는 브런치 카페 겸 와인 비스트로도 있다.
신수동에서 파스타 먹을 곳을 찾다 번번이 동네 밖으로 나갔던 사람이라면 한 번 가 봐도 좋겠다. 숲길 산책하고 저녁 먹으러 들르기에도, 친구랑 가볍게 브런치 하기에도 괜찮은 곳이다. 나는 동네 단골 리스트에 한 줄을 더 적어 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