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둘레

서강대 남문에서 대흥역까지, 걸어서 다니는 학원가

서강대 남문에서 대흥역 사거리로 이어지는 마포 학원가를 걸어봤다. 한 건물에 학원이 층층이 들어찬 풍경과, 아이가 학교 끝나고 걸어서 학원에 다닐 수 있다는 동네의 장점을 기록했다.

gosupress 약 3분 분량
대흥역 사거리 건물 외벽에 수학학원, 국어학원, 논술학원 간판이 층마다 나란히 붙어 있고 1층에는 컴포즈커피가 있는 모습

이 글의 요점

  • — 서강대 남문에서 대흥역으로 내려가는 길은 건물 한 채가 통째로 학원인 곳이 줄지어 있다.
  • — 공덕보다 임대료가 싸고 합정보다 길이 단순해서, 마포 한가운데인 대흥역 주변에 학원이 모였다.
  • — 아이가 학교 끝나고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학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 이 동네에 사는 가장 실질적인 이득이다.

남문 앞 길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서강대 남문에서 큰길로 나와 대흥역 쪽으로 걷기 시작하면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여기는 학원 동네다.

처음엔 그냥 상가 건물이겠거니 하고 지나쳤는데, 어느 날 고개를 들고 걸어 봤더니 풍경이 완전히 달라 보였다. 창문마다 간판이 붙어 있다. 2층도 학원, 3층도 학원, 5층도 학원. 건물 한 채가 아래에서 위까지 통으로 교육시설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회색 건물 외벽 창문마다 수학학원, 국어학원, 카이, 에스논술 간판이 층층이 붙어 있고 1층에 컴포즈커피가 있는 대흥역 사거리 건물

간판 색깔로도 구분이 된다. 파란 간판은 수학, 붉은 간판은 국어, 청록색은 논술. 층마다 과목이 나뉘어 붙어 있는 걸 보고 있으면 건물 하나가 작은 학교 같다는 생각도 든다. 1층엔 어김없이 커피집이 있다. 애들 기다리는 부모들이 앉아 있기 딱 좋은 자리다.

사거리에 서서 둘러보면

대흥역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서서 한 바퀴 둘러보는 게 이 동네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네 방향 모두에 학원 간판이 있다.

횡단보도 건너편 건물 창문에 카이, 대입, 에스논술, 세무 상담 간판이 줄지어 붙어 있고 은행나무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사거리 풍경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간판을 읽어 보면 이름이 낯익다. 대치동에서 봤던 브랜드가 여기도 있다. ‘대치’라는 글자가 붙은 간판만 한 건물에 두 개씩 걸려 있기도 하고, 어학원 이름 옆에 ‘초·중·고 입시 전문’이라고 크게 써 붙인 곳도 있다.

건물 외벽 가득 대치명인학원, 최선어학원, 하이츠수학, 김종길국어논술학원 간판이 층마다 붙어 있는 대흥역 학원 건물

저 건물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창문 하나하나가 글자 한 자씩을 맡아서 벽면 전체가 간판이 되어 있다. 가로로 읽어야 이름이 완성되는 구조다. 처음 봤을 땐 좀 과하다 싶었는데, 지나다니다 보니 저게 이 길의 얼굴 같은 거구나 싶어졌다.

왜 하필 여기일까

같은 마포라도 공덕은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 학원처럼 넓은 면적을 오래 써야 하는 업종이 버티기 쉽지 않은 값이다. 대흥역 일대는 공덕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걸어서도 갈 만한 거리인데 비용은 확실히 아래다.

합정 쪽과 비교하면 접근성이 낫다. 합정은 상권이 커지면서 길이 복잡해졌고, 아이 혼자 다니게 하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는 구석이 있다. 반면 여기는 마포의 한가운데다. 대흥, 신수, 염리, 노고산 어디서 출발해도 비슷하게 모인다. 학원 입장에서도 학생 모으기 좋은 자리인 셈이다.

파란 수학학원, 붉은 국어학원 간판이 붙은 건물 옆으로 스터디카페와 과학전문 학원이 들어선 유리 외벽 고층 건물, 1층에 배스킨라빈스가 있는 거리

유리로 된 새 건물 중간층엔 스터디카페가 자리 잡았다. 학원 수업이 비는 시간에 아이들이 갈 곳이 바로 위층에 있다. 옆 건물 벽엔 ‘임대 9층 85평’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저 자리도 머지않아 무언가 들어오겠지 싶다. 이 길은 빈자리가 오래 남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걸어 다닌다는 것

정리해 보면 결론은 단순하다. 아이가 걸어 다닌다.

학교 끝나고 집에 들러 가방 바꿔 메고 나가면 십 분 남짓이다. 차를 태워 줄 일이 없고, 학원 앞 정차 자리를 두고 눈치 볼 일도 없다. 수업이 늦게 끝나도 큰길이라 밝고 사람이 있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매일 반복되면 차이가 꽤 크다.

다른 동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이 하나 학원 보내는 데 차로 왕복 사십 분씩 쓴다고 한다. 그 시간을 안 써도 된다는 게 서강대 주변에 사는 큰 이득이 아닌가 싶다. 조용한 캠퍼스 옆 동네인 줄만 알았는데, 살아 보니 생활 반경 안에 필요한 게 다 들어와 있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 마포구로 이사를 고민하면서 아이 학원 동선을 따져 보는 분
  • — 대흥역, 신수동, 노고산동 학원가 분위기가 궁금한 분
  • — 차 없이 걸어서 되는 생활권을 찾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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