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둘레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밤 9시 50분의 음악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을 떠올리면 시험 기간의 새벽 줄과 밤 9시 50분쯤 흘러나오던 마감 음악이 생각난다. 오래된 건물과 나무 사이의 길을 보며, 하루를 충실히 보냈다는 기분으로 도서관을 나서던 때를 돌아본다.

gosupress 약 3분 분량
큰 나무 옆으로 붉은 벽돌 벽과 크림색 기둥, 세로로 긴 창이 이어지는 로욜라도서관 건물

이 글의 요점

  • — 로욜라도서관은 장서에 대한 자부심과 시험 기간의 자리 경쟁이 함께 떠오르는 곳이다.
  • — 새벽부터 줄을 서던 풍경과 전자 방식의 좌석 배정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 — 가장 선명한 기억은 밤 9시 50분쯤 마감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충실히 보냈다고 느끼던 순간이다.

로욜라도서관을 생각하면 밤 9시 50분쯤 흘러나오던 음악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기억하는 도서관의 마감 시간은 밤 10시였다. 문을 닫기 조금 전부터 방송으로 음악이 나오면, 이제 슬슬 나갈 시간이구나 싶었다.

그 음악을 들으며 밖으로 나오던 기분이 좋았다. 그날 하루를 제법 충실하게 보냈다는 생각에 은근히 뿌듯했다. 로욜라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하루의 끝에 머물러 있다.

큰 나무와 둥글게 다듬은 관목 옆에 서 있는 붉은 벽돌과 크림색 외벽의 도서관 건물

학교의 자랑이던 도서관

로욜라도서관은 오래전부터 서강대학교의 자랑으로 여겨지던 곳이다. 내 기억 속에는 소장한 책의 질로 국내에서도 손꼽힌다는 자부심이 남아 있다. 학교 이야기를 하다가 도서관이 나오면 으레 장서 이야기가 따라붙곤 했다.

지금의 위상을 굳이 그때와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학생들에게 이곳이 얼마나 든든한 공간이었는지는 기억해 두고 싶다. 공부할 곳을 이야기할 때도, 학교에서 자랑할 만한 것을 꼽을 때도 로욜라가 있었다.

넓은 계단 위에 자리한 로욜라도서관 3관 입구와 오른쪽의 둥근 외부 계단

건물은 바라보는 쪽에 따라 인상이 꽤 다르다. 넓은 계단 위로 회색 외벽이 솟아 있는 쪽은 묵직하고, 붉은 벽돌과 긴 창이 이어지는 쪽은 나무와 가까이 붙어 있다. 같은 도서관인데도 어느 입구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노란 타일 벽에 붙은 로욜라도서관 명판과 그 옆의 유리 출입문

입구의 노란 타일과 검은 명판에도 눈이 간다. ‘로욜라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이렇게 마주하면, 건물 사진을 보고 있다는 생각보다 예전에 드나들던 곳 앞에 서 있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시험 기간에는 자리부터 구해야 했다

시험 때의 로욜라는 조금 다르게 기억된다.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앉을 자리부터 확보해야 했다. 학생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서로 눈치를 보며 자리를 맡던 곳이다.

그 시기에는 도서관에 간다는 말에 자리 걱정까지 들어 있었다. 책을 펴고 앉기까지가 공부의 첫 단계인 셈이었다. 밖에서 보면 나무에 둘러싸인 차분한 건물이지만, 시험을 앞둔 학생들 마음까지 느긋할 수는 없었다.

나뭇가지 아래로 보이는 도서관 외벽과 게시판, 파란 2관 안내판, 길가에 주차된 차량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좌석을 배정받는 방식도 전자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도서관을 쓰는 방법은 달라져 왔지만, 내게는 아직 새벽부터 줄을 서던 풍경이 선명하다. 시험 기간의 로욜라를 떠올리면 책이나 시험 범위만큼이나 그 자리 경쟁이 생각난다.

계단과 노란 점자블록이 놓인 로욜라도서관 1관 출입구, 오른쪽에는 파란 안내판이 있다

사진 속 입구는 한산하다. 유리문 앞 계단을 보고 있으면 이곳에 학생들이 몰리던 때가 겹쳐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처음 들어가는 도서관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시험 때마다 부지런히 찾아왔던 문일 것이다. 내 기억에는 그 앞에서부터 시작되던 하루가 남아 있다.

음악이 나오면 하루를 접었다

새벽의 자리 경쟁과 짝을 이루는 기억이 밤의 마감 음악이다.

밤 10시를 앞두고, 9시 50분 무렵부터 음악이 흘렀다. 도서관에서 나갈 준비를 하라는 신호였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면 하루가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이상하게도 그때는 만족스러웠다. 하루를 충실히 보냈다는 감정이 도서관을 나서는 길에 따라왔다. 마감 시간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그날의 나에게는 꽤 괜찮은 마무리였던 것 같다.

도서관의 긴 창 아래로 다듬어진 관목과 돌이 이어지고, 건물 옆 길이 나무 사이로 내려간다

사진은 낮의 풍경인데, 이 길을 보고 있으면 밤에 도서관을 나오던 기분을 떠올리게 된다. 건물 옆으로 이어지는 길과 우거진 나무가 눈에 들어와도, 생각은 자꾸 그 음악이 나오던 시간으로 돌아간다.

오래전에 공부한 내용은 많이 잊었다. 그런데 문을 닫기 직전의 음악과 밖으로 나설 때의 뿌듯함은 남아 있다. 당시에는 그저 반복되는 일과였을 텐데, 지나고 보니 로욜라를 기억하는 가장 또렷한 장면이 됐다.

왼쪽의 도서관 건물과 오른쪽의 울창한 나무 사이로 완만하게 굽어 이어지는 길

로욜라도서관은 내게 장서가 자랑스러웠던 곳이고, 시험 때면 자리를 구하려 서둘러야 했던 곳이다. 그리고 밤 9시 50분쯤이면 음악이 흘러나오던 곳이다.

그 음악을 들으며 나오는 날에는 ‘오늘 하루는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지금도 로욜라를 떠올리면 그때의 만족감이 조금 되살아난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
  • — 도서관 마감 시간까지 공부해 본 기억이 있는 사람
  • — 서강대 캠퍼스의 건물과 주변 풍경이 궁금한 사람
이 글 공유하기 X Facebook Threads

이 글의 내용은 작성 시점의 정보와 글쓴이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의견입니다. 인용은 저작권법이 정한 정당한 범위에서만 하고 출처를 밝힙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 조항과 저작권·인용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