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근처에서 장사가 제일 잘되는 치킨집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고민 없이 남문 앞 바른치킨을 고른다. 맛있는 집이야 동네마다 있겠지만, 여기만큼 꾸준히 사람이 차는 곳은 드물다.
평일에도 저녁때 지나가 보면 테이블이 제법 채워져 있다. 금요일 저녁은 아예 차원이 다르다. 수업 끝난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가게 안은 빈자리가 없고, 바깥까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넘친다.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남문을 나와 경의선 숲길로 들어서면 바로 그 골목이 나온다. 밤에 걸으면 나무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노랗게 번지고, 자갈 깔린 산책로 위로 사람들이 느릿느릿 오간다. 길 왼편으로는 가게 간판들이 하나둘 켜져 있다.

이 동네 가게들이 장사가 되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은 이 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철길이 숲길로 바뀐 뒤 사람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흘러들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몇 걸음이면 닿고, 산책하던 동네 사람들도 지나가다 슬쩍 들른다. 따로 마음먹고 찾아오지 않아도 되는 자리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고주파와 기찻길, 그 이웃들
바른치킨 근처에는 서강대생이라면 한 번쯤 가 봤을 술집이 모여 있다. 숲길 벤치에 앉아 길 건너를 보면 ‘수작요리 전문점’ 간판을 단 고주파와 파란 조명을 두른 기찻길이 나란히 서 있다.

이런 이웃이 있다는 게 치킨집에는 꽤 유리하다. 1차는 치킨에 맥주로 시작하고, 2차는 고주파나 기찻길로 옮기는 코스가 굳이 짜지 않아도 저절로 만들어진다. 반대로 술집에서 나와 출출해진 김에 치킨으로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한 골목 안에서 저녁이 다 해결되니 학생들이 이 일대를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약국에서 카페로, 다시 치킨집으로
지금 바른치킨이 들어선 자리를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처음엔 약국이었고, 그다음엔 카페였다. 둘 다 그럭저럭 자리를 지켰지만 이렇게 붐비는 풍경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치킨집으로 간판을 바꾸고 나서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가게 앞에 서 보면 왜 잘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앞면이 폴딩도어라 날이 좋으면 활짝 열어 두는데, 노란 조명이 켜진 안쪽이 길에서도 훤히 보인다. 벽에는 메뉴 포스터가 줄지어 붙어 있고, 입구엔 치즈가 쭉 늘어나는 모짜렐라 메뉴 배너가 서 있다. 지나가다 안을 들여다보면 괜히 한 마리 시키고 싶어지는 구조다. 내가 사진을 찍은 날은 늦은 시간이라 한 테이블만 남아 있었지만, 금요일 저녁이라면 저 자리들이 모두 학생들로 꽉 찬다.
같은 자리인데 무엇을 파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약국은 필요할 때만 들르는 곳이고, 카페는 학교 안팎에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치킨집은 달랐다. 숲길이 주는 유동 인구, 근처 술집들과 이어지는 동선,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기 좋은 넓은 홀까지, 이 자리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쓰는 업종이었던 셈이다.
모퉁이에 선 가게
조금 떨어져서 보면 바른치킨은 숲길과 골목이 만나는 모퉁이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다. 횡단보도 바로 앞이라 어느 쪽에서 걸어오든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밤늦게 이 모퉁이를 지나가면 주변 가게들이 하나둘 불을 끄는 와중에도 바른치킨 간판만큼은 끝까지 환하다. 서강대 남문 앞 골목의 저녁은 결국 이 집에서 시작해서 이 집 근처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다음 금요일에도 저 안은 시끌벅적한 학생들 목소리로 가득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