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예수회가 세운 서강대에는 캠퍼스 안에 성당이 있다. 성 이냐시오 성당. 내게는 공강 시간에 가끔 들어가 조용히 기도하고 묵상하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학교를 다니며 자주 오가던 장소도 시간이 지나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떠오른다. 이곳을 생각하면 넓은 계단과 담쟁이 덩굴, 그리고 성당 안에서 말없이 보내던 시간이 함께 떠오른다.

성당으로 향하는 계단은 아래에서 보면 제법 높고 넓다. 양옆으로 붉은 벽돌 건물이 자리하고, 오른편에는 소나무와 담쟁이가 어우러져 있다. 계단 끝에는 두 팔을 벌린 예수상이 보인다.
특히 눈길이 가는 건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다. 꼭대기에 십자가가 서 있고, 그 아래로 담쟁이가 벽면을 감싸며 내려온다. 옆 건물의 윗부분도 잎으로 빼곡하다. 붉은 벽돌이 드러난 부분과 짙은 초록이 덮인 부분이 나란히 있어 더 멋스럽다.

계단을 올라 예수상 앞에 서면 뒤쪽의 흰 건물과 머리 위로 얽힌 철골 구조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에 놓인 돌에는 ‘성 이냐시오관’이라는 이름과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오른쪽 미사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십자가상이 있다. 바깥 풍경도 좋지만, 내게 더 오래 남은 건 그 안에서 보내던 공강 시간이다.

공강 때마다 찾아간 건 아니었다. 가끔 성당에 들어가 기도하고 묵상하곤 했다. 지금은 무슨 기도를 했는지 하나하나 떠오르지는 않지만, 수업 사이에 그렇게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좋게 남아 있다.
돌이켜보면 캠퍼스 안에 이런 성스러운 공간이 있다는 건 꽤 고마운 일이었다. 늘 무언가를 배우고 해야 하는 학교생활 속에서도 잠깐 멈춰 내 마음을 돌아볼 자리가 있었으니까.
살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쥘 수 있는 것을 자꾸 좇게 된다. 나 역시 그렇다. 성당에서 기도하던 시간은 그런 마음에 한 번씩 브레이크를 걸어 주는 느낌이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바라며 지내는지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
담쟁이가 감싼 건물은 여전히 멋스럽지만, 이곳이 유독 반가운 이유는 그 안에서 보낸 기억 때문일 것이다. 공강 시간에 들러 잠깐 기도할 수 있었던 곳. 내게 성 이냐시오 성당은 그런 자리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