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정문 앞에 서 보면, 여기가 특별히 대학가 같다는 느낌은 안 든다. 커피숍이 있고, 출판 인쇄소 간판이 있고, 밥집이 줄줄이 있고, 그 뒤로 오피스텔이 올라가 있다. 다른 대학 앞에서 본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한참 서 있다 보면 조금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오가는데 시끄럽지가 않다.
문 앞 경사진 골목
정문 쪽으로 내려가는 골목부터 보면 분위기가 짐작된다. 길이 완만하게 내리막이고, 양옆으로 붉은 벽돌 건물들이 붙어 있다. 한쪽에는 “라멘 돈카츠 잘하는 집” 같은 간판이 층층이 붙어 있고, 그 아래로는 마포 쌈밥 식당, 건너편엔 주막집. 딱 학생이랑 근처 직장인이 점심 저녁을 해결하는 구성이다.

배달 오토바이 두어 대가 인도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고, 그 옆으로 사람 서넛이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저 앞 사거리에는 트럭 한 대가 정차 중이다. 대학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에 떠밀려 걷는 그런 장면은 여기 없다. 저녁 무렵인데도 간판 불빛보다 흐린 하늘이 더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큰길로 나오면 버스가 줄줄이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나서면 공기가 바뀐다. 초록색 지선버스와 파란색 간선버스가 나란히 서 있고, 그 뒤로 주상복합 건물이 우뚝하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저 높은 건물이 레지덴시아다. 캠퍼스 담장 밖에 있지만 서강대 소유다. 밖에 있는데 학교 것이라는 게 좀 재밌는 구석이다.

가로수가 제법 울창해서 건물 아래쪽은 잎에 가려진다. 횡단보도 앞에 자전거 몇 대가 세워져 있고, 승용차가 신호를 기다린다. 버스가 이렇게 많이 서는 걸 보면 이 길이 이 동네의 큰 동맥이구나 싶다. 정문 앞이 조용한 건 유동 인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여기서 갈라져 다른 데로 흩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캠퍼스 안에서 내다본 정문
정문의 진짜 인상은 안쪽에서 봐야 나온다. 캠퍼스 계단 위에 서서 밖을 향해 보면, 앞마당이 넓게 펼쳐지고 그 끝에 화강암 문기둥이 서 있다. 문기둥 사이 간격이 꽤 넉넉해서 답답한 데가 없다. 바닥에는 커다란 글씨로 주차 안내가 찍혀 있고, 왼쪽에는 갈색 지붕을 얹은 경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앞마당 가장자리에는 소나무를 심은 커다란 화분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다. 손질을 꽤 공들여 한 모양새다. 문 너머로는 흰 아파트 단지가 층층이 겹쳐 보이고, 오른쪽에는 아까 그 주상복합이 다시 들어온다. 캠퍼스 담장 안의 소나무와 담장 밖의 아파트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데, 부딪히기보다 그냥 나란히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문을 나서는 순간들
같은 자리에서 조금 더 서 있으면 문을 드나드는 장면이 계속 바뀐다. 빨간 미니 쿠퍼 한 대가 경비실 앞을 천천히 돌아 나가고, 학생 몇이 그 옆을 지나 걸어 들어온다. 문밖 횡단보도로는 흰 승용차가 빠져나가고, 트럭 한 대가 그 앞을 가로지른다. 라바콘 몇 개가 보도 쪽에 놓여 있는 건 공사 때문인지, 차를 막으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정문 오른쪽으로는 소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어서 담장 역할을 한다. 그 사이로 난 보도를 따라 걸으면 경의선숲길이다. 길 하나 건너면 바로 공원이 시작되니까, 강의 끝나고 그대로 숲길로 빠져나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캠퍼스에서 나와 바로 나무 그늘 아래를 걸을 수 있는 학교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먹고 마시려면 어디로 가나
정문 바로 옆에는 거구장이라는 큰 식당이 있다. 예식홀을 겸하는 곳이라 규모가 상당하다. 학생들이 매일 가는 데라기보다는 집안 행사나 단체 모임 때 찾는 쪽에 가깝겠다.
정작 술 마시고 놀 곳을 찾으면 정문 앞에서는 애매하다. 여기는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인쇄물 뽑는 동네다. 화려한 불빛과 시끄러운 소리를 원하면 캠퍼스를 나와 신촌 쪽으로 더 걸어야 한다. 십여 분 걸어 나가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정문과 그 번화가 사이의 거리가, 결과적으로 이 앞을 조용하게 만들어 주는 셈이다.
넓게 열린 문
여러 각도로 돌아보고 나서 남은 인상은 결국 하나다. 정문이 시원하게 넓다는 것. 문기둥 사이도, 그 앞 마당도, 문밖으로 이어지는 길도 답답하지 않다. 담장을 높이 쌓아 안팎을 나눠 놓기보다는, 그냥 열어 두고 사람이 알아서 드나들게 하는 쪽에 가깝다.
번잡한 대학가를 기대하고 오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매일 여기로 드나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쪽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아침에 조용히 들어가고, 저녁에 숲길로 빠져나가는 동선. 나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