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에서 공연이나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곳을 떠올리면 먼저 메리홀이 생각난다. 교내 행사뿐 아니라 외부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도 이곳으로 모인다. 학교 안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 앞에 서 있으면 캠퍼스 밖으로도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메리홀의 장점으로 꼽는 건 접근성이다. 공연 하나를 보러 가더라도 오가는 길이 번거로우면 선뜻 나서기 어려운데, 서울 도심에 있는 이곳은 그런 부담이 덜하다. 공연장을 이야기할 때 무대와 객석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찾아가기 편하다는 점도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본 메리홀은 주변 나무와 잘 어울린다. 시야 한쪽에는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가까이에는 가지를 넓게 뻗은 소나무와 짙은 녹음이 있다. 그 사이로 연노란 기둥과 붉은 벽돌 벽면이 드러난다. 도시 한가운데 있는 대학 공연장이라는 말이 이 풍경에 잘 맞는다.
입구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멀리서는 나무에 둘러싸인 묵직한 건물이 먼저 보였는데, 가까이에서는 출입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과 벽에 걸린 공연 안내가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건물에 지금의 일정이 붙어 있는 모습이다.

메리홀은 겉모습부터 세월의 흔적이 뚜렷하다. 기둥과 지붕 가장자리에는 칠이 벗겨진 부분이 있고, 붉은 벽돌은 차분한 색으로 남아 있다. 정면을 따라 높게 뻗은 기둥 때문에 입구 앞 공간도 제법 깊고 넓어 보인다.
눈이 가는 곳은 출입문 위의 커다란 벽면 장식이다. 양옆의 벽돌 사이에서 건물의 중심을 잡아 준다. 유리문에 나란히 붙은 포스터와 그 위로 높이 이어지는 장식을 함께 보고 있으면, 이곳이 공연장이라는 사실을 건물 전체가 말해 주는 듯하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서 있다. 누군가는 문 가까이에, 누군가는 계단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각자 어떤 일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연 안내가 걸린 입구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만으로도 공간에 활기가 돈다.

메리홀이 서강대의 중요한 자산이자 상징처럼 느껴지는 건 오래된 역사에 더해, 지금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대에 서는 사람과 객석을 채우는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기억이 남겠지만, 그 기억의 입구는 같은 건물이다.
내게는 연노란 기둥 아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메리홀의 인상으로 남는다. 세월이 드러나는 외벽 곁에 공연 안내가 걸리고, 유리문 앞에 다시 사람이 서는 풍경. 서강대에서 메리홀을 떠올릴 때면 건물의 생김새와 함께 그 앞의 움직임도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