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에는 문이 크게 셋 있다. 정문, 남문, 후문.
이 중에서 남문은 성격이 확실하다. 대흥역에서 걸어오는 사람, 그리고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 사는 사람들이 쓰는 문이다. 차는 들어올 수 없고 오직 두 발로만 통과할 수 있는 문이라, 오가는 사람의 얼굴 종류부터가 다른 문과 다르다.
문을 나서면 바로 신수동
남문을 빠져나오면 눈앞에 큰길이 펼쳐진다. 길 건너는 학원 간판이 줄지어 선 거리고, 그 뒤 골목으로 한 겹 들어가면 하숙집과 원룸이 빼곡한 신수동이다. 캠퍼스에서 방까지 십 분이 안 걸리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보도 앞에는 늘 오토바이와 전동 킥보드가 몇 대씩 세워져 있다. 배달 오토바이가 서 있는 자리와 학생들이 타고 온 킥보드가 서 있는 자리가 은근히 나뉘어 있는데, 몇 번 지나다니다 보면 그 구분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 건너편 상가 간판들, 편의점 불빛,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 문 하나 사이로 학교와 동네가 이렇게까지 붙어 있는 대학이 서울에 그리 많지는 않다.
경의선숲길도 지척이다. 남문에서 방향만 잡고 걸으면 금세 숲길로 이어지니, 수업 사이가 붕 뜬 날에 나가 앉아 있기에 좋다.
문제는 계단
남문의 유일한 단점을 꼽으라면 단연 계단이다. 그것도 짧지 않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계단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게 바로 보인다. 한 단을 다 오르면 평평한 참이 나오고, 그 너머로 또 계단이 이어진다. 처음 온 사람은 여기서 한숨을 쉬고, 몇 학기 다닌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오른다.
여름철 1교시에 이 길을 택하면 교실에 도착할 즈음 셔츠가 등에 달라붙는다. 반대로 겨울에는 올라가는 동안 몸이 데워져서 강의실에 들어설 때쯤 딱 좋다. 그래도 계단 오르기가 부담스러운 날에는 아예 다른 문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계단 옆 벽돌 옹벽이 이 문의 인상을 만든다. 벽 위로는 소나무와 덩굴이 늘어져 있고, 그 너머로 학교 건물 윤곽이 걸쳐 보인다. 둥근 등이 달린 은색 가로등은 밤이 되면 이 구역 전체를 밝히는데, 늦게까지 도서관에 있다 내려오는 길에 이 불빛이 꽤 든든하다.
올라가면서 풍경이 바뀐다
계단의 재미라면 중간중간 뒤를 돌아볼 때다.

절반쯤 올라와 몸을 돌리면 시야가 확 트인다. 유리로 덮인 건물, 벽돌로 지은 낮은 건물, 그 뒤로 주황색 띠를 두른 아파트 단지가 층층이 겹친다. 대학 캠퍼스와 주택가와 아파트촌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장면인데, 마포 한복판에서만 볼 수 있는 조합이다. 계단이 힘든 만큼 얻는 게 있다면 이 시야다.

계단을 다 오르면 그제야 캠퍼스다. 왼쪽으로 붉게 칠한 횡단보도가 있는 오르막이 이어지고, 정면에는 원통형 유리창이 붙은 건물이 서 있다. 나무에 가려 여름에는 잘 안 보이다가, 잎이 지는 계절에는 건물 전체가 드러난다. 같은 계단인데 계절마다 도착점의 인상이 달라지는 게 은근히 재미있다.
남문 옆 동문회관
남문 바로 옆에는 서강대 동문회관이 서 있다.

붉은 석재를 붙인 높다란 건물인데, 아래쪽에 삼각형 모양으로 크게 뚫린 아치가 있고 그 안으로 또 계단이 뻗는다. 처음 보면 “여기로 들어가는 게 맞나” 싶은 구조다. 그 옆에 캠퍼스 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초행이라면 한 번 보고 가면 헤맬 일이 줄어든다. 오른쪽으로는 동그란 창이 줄지어 뚫린 건물이 이어지는데, 서강대 안에서도 눈에 잘 띄는 얼굴이다.
결국 남는 것
버스 편이 넉넉하다는 점도 남문의 강점이다. 큰길에 정류장이 붙어 있어서 노선이 여럿 지나가고, 대흥역까지 걸어서 얼마 안 걸린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아쉬울 게 없다.
정리하면 이렇다. 계단은 분명 성가시다. 하지만 차가 들어오지 않는 문이라는 게 생각보다 큰 값어치를 한다. 경적 없고 매연 없고, 뒤에서 차가 밀고 들어올까 신경 쓸 일도 없다. 오르막을 다 올라 캠퍼스에 발을 들일 때 숨은 좀 차지만, 그 숨이 하루 시작하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서강대 근처에서 방을 알아보는 중이라면, 남문 계단을 한 번 직접 오르내려 보기를 권한다. 지도 위의 거리보다 그 계단이 훨씬 많은 걸 알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