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캠퍼스에서 X관을 다시 보니, 독후감을 내러 뛰어가던 기억부터 났다. 붉은빛 외벽을 따라 창문이 줄지어 있고, 건물 옆으로는 나무와 수풀이 빽빽하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면서도 머릿속에는 마감에 쫓기던 때의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다니던 시절 이곳은 국문과, 사학과 등이 사용하던 인문관이었다. 이번에 보니 입구에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이제는 법학전문대학원이 쓰는 모양이다. 그래도 내게는 여전히 X관이라는 이름이 먼저 나온다.
당시 서강대생이라면 누구나 1학년 때 듣던 독후감 수업이 있었다. 그 과제를 제출하러 가는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래서인지 X관 하면 건물 안의 다른 공간보다 독후감 제출함이 유독 선명하게 기억난다.
마감 바로 직전, 헐레벌떡 뛰어가 제출함에 독후감을 넣곤 했다. 그마저도 늦었을 때는 조교실 문 밑으로 찔러 넣기도 했다. 지금 글로 옮기면서도 웃음이 난다. 그때는 어떻게든 제출부터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을 텐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순간까지 캠퍼스의 추억으로 남았다.

입구 쪽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나뭇가지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사진에는 오가는 사람 없이 길이 한산하다.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한때 이곳을 숨차게 뛰어다녔다는 게 조금 우습기도 하다.
X관에서 떠오르는 건 거창한 대학 생활의 한 장면이 아니다. 독후감 한 편을 제때 내려고 서두르던 일, 늦은 끝에 조교실 문틈으로 과제를 밀어 넣던 일이다. 건물 입구의 간판은 달라졌어도, 나한테 이곳은 아직 독후감을 내러 가던 X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