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정문을 지나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시야가 확 트이는 자리가 나온다. 초록 잔디가 넓게 깔려 있고, 그 너머로 계단식 석축과 소나무가 층층이 올라가다가 맨 위에 본관이 떡하니 앉아 있다. 여기가 서강대 청년광장이다.

학교 행사는 결국 여기로 모인다
축제든 공연이든, 학교에서 사람을 크게 모으는 야외 행사는 거의 다 이 광장에서 치른다. 봄가을 축제 때면 무대가 세워지고 잔디 위가 사람들로 빽빽해진다. 평소의 한적한 모습만 보면 그런 풍경이 잘 상상이 안 될 정도다.
광장 가장자리는 아스팔트 산책로가 두르고 있고, 그 길을 따라 벤치가 쭉 놓여 있다. 오른편에는 검붉은 석재 기념비가 서 있고, 길 끝에서 계단을 타고 오르면 곧장 본관 쪽으로 이어진다. 광장이 캠퍼스 동선의 교차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때는 훨씬 넓은 잔디밭이었다
지금 보이는 광장은 사실 원래 크기가 아니다. 예전에는 이 일대가 통째로 천연 잔디밭이었는데, 90년대 후반에 지하주차장을 짓는 공사가 들어가면서 면적이 줄었고 지금의 조금 작은 운동장 모양이 됐다. 광장 한쪽에 보이는 유리 돔 구조물도 그때 생긴 지하 공간과 이어진 것이다.
그 시절 잔디밭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이 얘기만 나오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맨발로 밟던 진짜 풀의 감촉, 끝이 안 보이게 펼쳐졌던 초록 같은 걸 떠올리면 이해가 간다. 주차 문제를 해결하느라 캠퍼스의 풍경 하나를 내어준 거니까.

그래도 이만한 빈 땅이 어디 있나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지금의 청년광장도 충분히 고마운 공간이다. 인조잔디라 해도 털썩 앉아 친구랑 수다를 떨기엔 모자람이 없고, 공 몇 번 주고받거나 가볍게 뛰어다니기에도 괜찮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찬 캠퍼스 안에 이렇게 비워둔 땅이 있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광장 정면의 석축은 계단 몇 개가 중간중간 뚫려 있어 어디서든 위로 올라갈 수 있다. 행사 때는 이 층층이 관람석 노릇도 한다. 그 뒤로 소나무 사이에 태극기와 교기가 걸린 깃대, 십자가가 달린 건물이 살짝 보이는데, 서강다운 풍경이 이 한 장면에 다 들어 있는 느낌이다.

주말이면 동네 나들이 장소가 된다
평일엔 수업 사이 잠깐 쉬어가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정도인데, 주말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돗자리 대신 잔디에 그냥 앉아 있는 사람들, 아이 손을 잡고 산책 나온 가족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학교 담장 안이지만 동네 공원처럼 쓰이는 거다.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면 유리 외벽의 높은 건물과 등나무 쉼터, 언덕 위 붉은 지붕 건물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잔디 위에 그려진 커다란 흰 로고 옆에 앉아 있던 두 사람도 그렇고, 나무 그늘 밑에 모여 있던 무리도 그렇고, 다들 서두르는 기색 없이 느긋했다.

본관 앞 빈자리가 주는 여유
캠퍼스는 결국 건물이 모인 곳이지만, 그 건물들 사이에 무엇을 비워 두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서강대에서 그 역할을 맡은 게 본관 앞 청년광장이다. 예전보다 작아졌고 잔디도 진짜 풀이 아니지만, 이 탁 트인 자리 덕분에 서강 캠퍼스 특유의 정감이 살아 있다.
흐린 날 잠깐 들렀을 뿐인데도 한참을 서성이다 나왔다. 잔디 한가운데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좀 비워지는 곳, 청년광장은 여전히 그런 곳이다.
